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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소식 유치부 바둑교실에서 배우는 인성교육 현장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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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바둑 배우는 아이들!
바둑시간을 기다리는 361로의 리틀 드보르작
[대전 철도어린이집] 정용진  2016-11-25 오후 4:29:32

‘신세계교향곡’으로 유명한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은 기차광이었다. 기차는 그에게 영감을 주는 오브제(objet)였던가, 틈만 나면 기차역에서 오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역사에 남은 위인도 이러할제, 기차 좋아하는 건 어린아이들이 더하다. 토머스, 고든, 제임스...어린자녀를 키웠거나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척 들어 아는 이름’일 것이다. 기자 역시 지겹도록 아이들에게 시달린(?) 바 있는 기차캐릭터다. 기차 또한 바둑만큼이나 ‘마니아적인 요소’가 강한가 보다.

그럼 기차와 바둑이 만나면? 기차역에서 놀이바둑 수업을 하는 곳이 있다 하여 찾았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대전역 내에 있는 철도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바둑수업을 취재하러 갔다. 기차를 좋아하는 어린이들, 바둑은 얼마나 좋아할까?

철도어린이집은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두 기관이 같이 만든 공동 직장보육시설이다. 이를 영유아 보육재단인 한솔교육희망재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만1세부터 만5세까지 현재 73명의 아이를 보육하고 있으며, 교사 한명이 아이를 맡는 비율이 법정비율 기준보다 높아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교육의 질이 무척 우수한 곳으로 소문났다. 특히 지역사회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 대전역을 전면으로 바라보아 오른편에 이렇게 높은 쌍둥이빌딩이 있고, 사진 왼쪽 빌딩 한국철도시설공단 1층에-.


▲ 입구에 기차바퀴를 형상화한 커다란 조형물이 인상적인 철도어린이집이 있다.


▲ 아이들 손길, 발길이 닿는 공간마다 기차와 만난다.


▲ 신발장 개인이름표에도...

직원 자녀에 한해 보육하는 직장어린이집이다 보니 아무래도 형제자매가 많다. 그런데 원장실에서 인사를 나눈 바둑선생님이 우리나라 최초의 남매 프로기사인 김대희-수진을 키운 어머니(박현옥)라는 걸 알고선 깜짝 놀랐다. 남매를 프로기사로 키운 어머니다. 바둑적인 양육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절절한 체험을 한 분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매주 금요일 오후4시부터 만5세 온누리반 18명을 반으로 나눠 9명씩 30분 두 타임으로 바둑수업을 하고 있다. 거의 일대일 지도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저희 운영위원회가 열렸는데 바둑 덕분에 무척 칭찬받았네요. 처음엔 ‘아이들이 바둑?’ 이런 반응을 보이던 어머니들이 지금은 관심폭발입니다. 내년에도 꼭, 반드시 놀이바둑수업, 이어져야만 합니다. 정말로요!”

김숙 원장은 표창장을 받은 아이마냥 연신 싱글벙글한 얼굴로 말한다. 그럴만도 하다. 철도어린이집은 올 3월, 놀이바둑을 처음 시작했다. 김숙 원장 또한 3월 부임했다. 전임 원장이 사전에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가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있다 보니 항상 뉴스를 검색해 어린이집, 유치원에 정보를 제공하곤 했는데, 2월에 놀이바둑 무료지원 소식을 알게 됐어요. 발령받기 전 전임 원장과 친분 있어 한국기원에 신청서를 부탁했고 운좋게도 지원받게 된 거지요.

바둑의 장점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차요. 크게 보면 우선 창의성을 돕고 사회성을 키워주잖아요. 전인발달을 이루는 거죠. 아이들이 산만하잖아요. 집중력이나 참을성도 없었는데 요즘 변화된 거 실감합니다. 기본생활태도부터 달라진 걸 감지하죠. 이런 걸 보면 바둑이 인성과 연계된다는 걸 느껴요. 첨엔 이게 뭐야? 하던 어머니들이 실제 자녀가 변화되는 걸 보며 칭찬일색입니다. 놀이문화라고도 아이들이 요즘 할 수 있는 게 휴대폰게임밖에 없잖아요. 바둑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니까 더없이 좋죠. 동생반 아이들도 형님반이 바둑수업하는 거 보고 저들도 어서 하고 싶어해요.”


▲ 바둑 덕분에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에서 칭찬을 받았다는 대전 철도어린이집 김숙 원장. 최근 한국기원에서 주최한 바둑교실 간담회에 다녀왔다며 “내년에는 주1회 수업을 2~3회로 늘리는 방안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그럴 예산이 더 주어진다면) 시수를 지금처럼 하더라도 더 많은 유치원에서 바둑수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해 바둑의 장점을 경험하게 하는 쪽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온누리반(만5세) 최은정 담임선생님에게 아이들이 바둑을 배운 후 달라진 점에 대해 물었다.

“이제 8개월 배운 정도로 큰 변화를 기대할 순 없겠으나 인내심만큼은 확실히 좋아졌어요. 요즘 아이들은 무척 산만해 기다리고 이런 거 잘 못하는데...처음엔 동시에 막두고 이러더니 차차 바둑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학습이 아니라 놀이로 배우니까 효과가 더 있는 것같아요.

흑돌이나 백돌, 축이니 양단수...사실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용어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끼리 생활하는 가운데 이러한 바둑언어를 쉬, 자주 사용하는 걸 목격해요. 재미있게 배워서 더 흥미를 느끼는 거죠. 공부처럼 했다면 안됐겠죠. 집에서 바둑판을 사서 공부한다는 아이, 바둑학원을 알아본 가정도 있어요.”

처음엔 알까기로나 판을 채우던 아이들이 지금은 한판을 거뜬히 두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할아버지랑 할머니 하고도 바둑 두자고 조를 정도란다. "엉? 할머니도 바둑 두실 줄 아셔?"라고 묻자 나현이는 "그런데 제가 이겼어요?"라고 말한다. 오죽 졸랐으면 바둑이 뭔지도 모르는 할머니께서 응해주셨을까. 그렇게 둔 바둑이 재미있었을 리 만무. "일주일에 한번 하는 어린이집 바둑수업 시간이 너무 멀게 느껴졌어요!" 투정이 아니라 항의에 가까운 항변이다.

취재를 마치고 교실문을 나서는데 한줄로 서서 나갈 준비를 하던 아이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여기 어린이집이 올해 마지막 탐방지다. 마치 이를 알고 건네는 인사 같아서 순간 마음이 찡했다. 돌아서 셔터를 누르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 바둑 재미있어요?



“네에~~!”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우렁차게 대답한다. 한 녀석은 앞으로 달려나와 펄쩍펄쩍 뛰며 소리치기까지 한다.
- 어떤 점이 재미있나요? 친구의 돌 따먹는 재미?
“아뇨~, 공부하는 거요!”


▲ 저희 바둑공부하는 거 한번 보실래요? (리포터 김나현)


▲ '한줄기차'로 수업에 들어오는 온누리반 아이들. 뿌잉~뿌잉~, 안녕하세요? 바둑두는 어린이에게 인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요.


"공수~! 인사~!" "안녕하세요 선생님~!" "잘 배우겠습니다!" "잘 가르치겠습니다!" 친구들끼리도 서로 깍듯이 인사.


▲ 보세요, 이 수업분위기. "지난시간엔 장문에 대해 배웠지요? 장문이 뭔지 아는 친구...?" 저요! 저요! 난리났어요.


▲ "장문은 도망 못가게 하는 거예요." 답이 좀 미흡하다 싶었는지 앉아있는 친구들이 또 앞다퉈 손을 드네요. 어때요, 저희 굉장히 적극적이죠?


▲ 드디어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실전대국 시간이에요. 이렇게 이마가 바둑판에 닿도록 너부죽 절을 하는 친구도 있답니다.


▲ 돌가리기를 팔씨름으로 정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 들소싸움처럼 머리를 맞대고 둘 정도로-


▲ 대국자세는 프로기사 아저씨들 못지않게 진지, 진지모드랍니다.


▲ '리틀 최정' 같지 않나요?


▲ 위즈잉 언니 같다고요?


▲ 저야말로 '리틀 이세돌'이죠.


▲ "우와~, 내가 이겼다!" 이겼다고 상대 앞에서 대놓고 좋아하는 것은 예의가 아녜요. ♬♪ 안돼, 안돼, 그러면~. ♬♪ 이럴 때 바둑쌤은 윤시내 아줌마 노래를 불러요.


▲ 다들 신나게 바둑놀이 하는데 재우는 오늘 몸이 좀 안 좋은가 봐요. 한쪽에서 낮잠을 자고 있네요. 아마 바둑 두는 꿈을 꾸고 있을 거예요.


▲ 뒷정리는 당연히 우리 손으로! 계가하고 나서 바둑알을 깨끗이 알통에 담듯 바둑판을 제자리에 두고 교실을 정리하는 것 또한 바둑의 기본매너죠. 어때요? 저희 제대로, 잘 배우고 있지요? ^^ 이상 철도어린이집 김나현 리포터였습니다.


▲ 여기도 춤을 추는 녀석 있군. ^^;; 잠시 뭔가 마뜩찮고 의구심 품은 몸짓이지만 이내 즐겁게 둔다. 깨끗이 승복하는 마음. 온누리반 아이들이 바둑수업에 선생님과 주고받는 대화, 이거 우리 어른들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 패배가 뭘까요?"
"지는 거 쿨~하게 인정하는 거요!"
"- 지면 속상하니까 잘 두는 친구하고 안 두려고 한다면?"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어요. 친구들과 즐겁게 두고 실력이 느는 게 중요해요. 잘 두는 친구에게 도전하면 실력이 늘어요."


▲ 박현옥 바둑선생님은 프로기사 김대희 6단과 김수진 4단의 어머니다. 대전지역에서 초등학교 방과후교실에도 나가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생이라 하여 주로 13줄 바둑을 많이 하는데 19줄도 몇 개씩 갖춰 두게 했으면 해요. 초등 방과후 수업을 해보면 막상 다들 13줄 바둑은 안하려고 해요. 유치원생이더라도 몇몇 아이는 충분히 19줄 바둑 가능하거든요."


▲ 대전 철도어린이집을 들어서면 곧장 마주하는 '교사의 선서'. 내 아이처럼 보듬어 안고 가르치겠다는 저마다의 다짐이 써 있다.


▲ 오늘의 식단도 공개한다. 먹거리부터가 교육이다.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쌀 한톨에도 감사하는 마음, 공경하는 마음을 갖는다. 교육은, 보육은 이런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 실로 감사한 마음으로 받은 마지막 다과.

올 한해 유치원&어린이집 바둑탐방은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주안을 두었다. 전국 10군데 우수 유치원&어린이집을 선정해 취재하면서 바둑의 희망을 보았다. 앞으로 바둑계가 치중해야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확연히 느꼈다. 이를 간파하고자 직접 놀이바둑 탐방취재를 자원했다. 알파고의 충격파는 일순간 잦아졌고 엄청난 쓰나미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한 '알파고 특수효과' 또한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이를 가장 적절히, 적시에 누린 분야가 유치원&어린이집 바둑교육이었다. 결국은 가장 먼 해안에까지 도달하는 게 파도인 것처럼, 놀이바둑 교육은 그런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효과가 나타날지언정 바둑의 동력을 마지막까지, 오래도록 유지하게 할 으뜸 대안이다. 유치바둑이 바둑의 미래다.